온라인 미디어 기업은 네이버를 버려야 산다 (하)
M.동방불패
·2019. 2. 21. 09:58
네이버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미디어사
<출처 : NAVER>
나는 지난해부터 늘 언론사와 미팅을 하면 더 이상 네이버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90퍼센트 이상의 언론사는 전부 내 말을 무시한다.)
내가 네이버의 몰락을 예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네이버는 '뉴스'로 돈을 벌어온 플랫폼이다.
사람들은 흔히 네이버의 경쟁사를 구글이나 다음이라 말한다.(최근에는 유튜브가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실 네이버 최대의 경쟁사는 '페이스북'이다. 네이버는 그간 뉴스 콘텐츠가 네이버를 거치지 않으면 트래픽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를 활용해 거대한 수익을 챙겨왔다. 이같은 수익구조는 다른 무엇보다도 네이버가 온라인 메체사들을 관리하는 데 많은 힘을 쏟게 만들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등장은 이런 대한민국 뉴스산업의 판도를 뒤바꿔버렸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이미 해외에서도 페이스북을 통한 미디어 기업들의 지각변동이 일어난지 오래다. 버즈피드나 허핑턴포스트 같은 뉴미디어가 대표적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블랭크코퍼레이션 같은 기업은 페이스북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이런 현상은 단지 페이스북이 바이럴리티를 통한 광고효과가 우수해서만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무서운 점은 특정 타깃에게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콘텐츠를 배달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정교한 알고리즘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언론의 편집권한이 이제 포털이 아니라 페이스북이라는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것은 그간 네이버가 휘둘러 온 권력에 대한 페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했다.
두번째, 검색 포털 경쟁에서 네이버는 구글을 이길 수 없다.
네이버가 과거 다음을 밀어내고 우리나라 제1포털로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이버 지식인의 성공을 들 수 있다. 네이버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신과 같았다. 우리는 늘 불확실한 상황과 미래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한다. 만약에 누군가 네이버에 질문을 하면 네이버는 언제 어디서든 명확한 답을 주었다. 지식인은 우리의 기도에 답을 주었고 블로그는 더욱 방대하고 섬세한 지침서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네이버가 주최하는 향연에서 누구나 게임의 플레이어로 참여 가능했다.)
그런데 네이버는 언젠가부터 그리스의 신처럼 방탕해졌다. 이 타락한 신은 제단에 더 많은 재화를 바치는 이들에게만 신탁을 주었다.(지식인과 블로그,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신뢰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때 구글이라 불리는 새로운 신이 나타났다. 구글은 네이버보다 훨씬 거대하고 공정했다. 적어도 구글은 신도들의 기도에 거짓으로 일관하지 않았다. 구글은 가장 정확한 답으로 신뢰를 쌓아나갔다. 사람들은 곧 네이버라는 구교를 떠나 구글이라는 신교를 찾아 떠났다.
<출처 : 2018 구글 AMP 서울 로드쇼, 세종대>
나는 작년 작년 서울에서 개최한 구글의 AMP(Accelerated Mbile Pages)로드쇼에 참석한 적이 있다. 위의 사진은 당시 중앙일보가 밝힌 (AMP 적용 후)구글 유입량의 변화이다. 지난해 중앙일보의 (조사 기간)총 트래픽(2,711,211PV) 중 구글을 통해 유입된 트래픽(516,290PV)이 네이버 트래픽(687,930PV)과 거의 1:1 비율로 따라잡은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구글 자체 소프트웨어인 AMP를 적용한 뒤의 걸과 값이긴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 언론사의 네이버 유입량이 늘 80~90퍼센트 이상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매우 놀라운 결과다. 이런 현상은 네이버 포털이라는 견고한 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간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미 몇몇 성곽은 무너져 내린 듯 보인다.
셋째, 네이버 개편의 모호성
최근 불길한 기류를 예측한 네이버는 여러 가지 변화를 모색했다. 뉴스 신뢰도 회복을 위한 모바일 메인 페이지 개편(실검 표시 제거와 모바일 페이지 단순화)과 유튜브에 대항하기 위한 네이버 TV 개편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출처 : 네이버 모바일 앱>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없애고 구글과 비슷한 UI로 개편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네이버에게서 '정확도'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카카오톡의 약진, 플랫폼 제국이라 불리는 거대 기업(아마존, 우버 등)의 아시아시장 진출 계획은 네이버의 소셜커머스 신사업도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이버는 현재 다방면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여러 사례를 통해 플랫폼 간의 경쟁에서 패배한 기업이 다시 살아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 미디어 산업의 흐름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게 될까?
과거 와이어드 편집장이었던 크리스 앤더슨은 앞으로 큐레이션의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우리 삶을 침투한 것 처럼, 이제 개인들은 정보들이 복잡하게 널려 있는 곳에서 콘텐츠를 일일이 분류하려 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눈치 챈 몇몇 언론사들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출처 : 아웃스탠딩>
사진은 지난 2015년 2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아웃스탠딩의 메인페이지 화면이다. 아웃스탠딩은 기존의 언론사 UI와 다르게 콘텐츠를 큐레이션 형식으로 설정해 놓았다.
<출처 : 아웃스탠딩, 페이스북>
※ 아웃스탠딩에 모바일로 접속했을 시 UI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러한 UI는 전통적인 언론사들과는 다르게 콘텐츠를 개별 단위로 힘을 실어 나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출처 : 비즈니스워치>
비즈니스 워치는 2016년에 설립되어 3년 동안 급격하게 성장하며 전통적인 온라인 언론사들 사이에서 최근 가장 핫한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워치의 PC, 모바일 UI 또한 반응형으로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의 형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 물론 최근 페이스북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 플랫폼(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언론의 권력이 거의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반박 불가능하다.
<출처 : 경향신문>
전통적인 지면 신문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기존 언론사의 홈페이지 UI. 대다수의 언론사가 규모가 클수록 보수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나마 대형 언론사는 충성 구독층이라는 체력이 있다. 그러나 네이버 검색 제휴만 믿고 있는 나머지 중소 언론사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 중 대다수는 아직도 네이버 검색 제휴와 실검 타령을 하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네이버 검색 제휴가 되면 광고주들이 좋아한다. 제휴사가 되면 실검 기사 지원을 통해 언제든지 트래픽을 올릴 수 있다.'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단지 네이버만 바라보는 그들의 애끓는 연정戀情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한비자에 나오는 중국의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고사가 떠오른다.
'송나라 사람으로 밭을 가는 자가 있었는데, 밭 가운데에 그루터기가 있었다. 토끼가 달려가다 그루터기에 부딪혀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러자 농부는 쟁기를 버리고 그루터기를 지키며 다시 토끼 얻기를 기다렸다. 토끼는 다시 얻을 수 없었으며, 그 자신은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 『한비자韓非子』 , 권19 오두五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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