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미디어 기업은 네이버를 버려야 산다 (상)
M.동방불패
·2019. 2. 20. 11:20
네이버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미디어사
미디어 업계(정확히는 온라인 매체사)에선 이맘때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있다.
'네이버 검색 제휴', 정확히는 '네이버뉴스 검색 제휴'다.
네이버 검색 제휴가 뭐길래 온라인 매체들 사이에서 이 단어가 그토록 자주 오르내리는 것일까?
네이버뉴스 검색 제휴란, 온라인 매체의 기사 콘텐츠를 (별도의 금전적 대가 없이)아웃링크out-link 방식으로 '네이버'에 제공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말한다. 쉽게 말해 네이버에서 특정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네이버와 제휴된 매체는 포털에 (키워드)관련 기사를 우선순위로 노출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한민국의 제 1포털인 네이버에서 뉴스를 우선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매체에 비해 월등히 많은 트래픽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쉽게 이해하려면 유럽 축구에서 2부 리그 팀과 1부 리그 팀의 관중 동원력과 수익률을 상상해 보면 될 것이다.
<출처 : NAVER 검색 페이지>
네이버에 'SKY 캐슬'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보았다. 네이버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네이버 검색 제휴'가 된 매체의 기사 콘텐츠가 해당 키워드의 정확도 순(사실인지는 의심 스럽지만)으로 노출된다.
네이버는 지난 10년 이상 한국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트래픽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이 거대한 트래픽으로 네이버는 우리나라 언론사들을 상대로 권력을 장악해왔다. 네이버 캡처 화면에서 보이는 것처럼 인터넷 시대의 개막은 기사 콘텐츠가 각기 개별적으로 소비자에게 도달되게 만들어 주었다. 이것은 그간 하나의 지면 신문에서 모든 뉴스 콘텐츠가 소비되던 시대와는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더 이상 개별 언론사들이 이전처럼 자체 브랜드만으로는 고객을 잡아둘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간 언론사가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편집권' 때문이었다. 전통적인 미디어(매스미디어) 시대에는 매체가 스스로 특정한 '이슈'를 선별해 앞단에 내놓을 수 있었다. 이런 구조에선 소비자가 개별 언론사들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사건의 경중을 일임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위정자들이 통치 수단으로 언론을 먼저 장악하려 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출처 : Flickr 로동 신문>
전통 신문은 가장 앞면에 그날의 가장 중요한 기사를 배치한다. 편집국은 기사의 중요도를 판별하여 우선순위를 선정한다.
<출처 : KBS1 9시 뉴스>
9시 뉴스도 그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뉴스를 첫 부분에 배치한다. 이런 편집권은 지금껏 전적으로 해당 언론사에게 있었다.
그런데 이제 온라인 매체사들에게 이런 편집권은 없어졌다. 인터넷 포털의 특성상 사람들은 지면 신문이나 TV 뉴스처럼 한 매체에 오래 머물며 모든 콘텐츠를 소모하지 않는다. 대신 네이버가 직접 선정해 식탁에 올려놓은 개별 콘텐츠만을 소비한다. 이러한 현상은 언론사가 생산한 콘텐츠를 자사가 아닌 네이버가 편집국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의 편집 권한이 권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 왔다. 그런에 이 편집권이 네이버에 있다는 것은 개별 언론사의 권력 또한 네이버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한 힘의 구조는 매체사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네이버의 눈치를 보며 기업 운영을 하게 만들었다. 네이버는 이 같은 힘을 바탕으로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다. 이 때문에 수많은 온라인 매체들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기 위해 지금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출처 : 한국언론진흥재단, 네이버 PC 및 모바일 배열 언론사 순위 2016 자료>
네이버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연합뉴스는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힘 있는 언론사다.
네이버에서 가장 많은 기사를 노출시키고 있는 '연합뉴스'의 일평균 트래픽은 2위(뉴스1), 3위(뉴시스), 4위(SBS)의 트래픽을 다 합쳐도 따라가지 못할 수준이다.
네이버가 만들어낸 생태계는 우리나라 온라인 미디어계의 기형적 수익구조를 가져왔다. 많은 검색 제휴사들은 자사의 논조나 개성 있는 기사보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걸려 노출될 수 있는 기사를 선호하게 됐다. 특히 실시간 검색어 상위 순위의 기사들은 압도적인 트래픽을 뽑아냈기 때문에 일반 기사보다 월등히 높은 광고 수익을 얻어 냈고, 언론사들은 더욱 실시간 검색어(주로 연예, 가십거리 등이 올라간다.)에 집중했다. 급기야 실시간 검색 기사 대행업체까지 생겨났다. 소위 실검 업체라 불리는 이들은 네이버의 로직을 파악해 실시간 상위 검색 기사에 기사를 노출시켜 별다른 내용 없이도 엄청난 트래픽을 뽑아냈다. (과연 네이버가 이러한 행위를 몰랐을까?)
일각에선 네이버 검색 제휴를 비법을 알고 있는 소수의 전문가가 컨설팅을 하고 검색 제휴에 성공시켜 몇 천, 몇 억 단위의 돈을 챙기는 집단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경우 네이버 제휴에 성공한 매체를 팔아 이윤을 챙긴다는 언론사 대표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자존심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웃기는 사실은 네이버는 이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데,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아직도 네이버만 목 빠지게 쳐다보고 있는 점이다.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들의 네이버를 향한 충성도는 놀라울 정도다. 그들은 말한다. 실검을 통해 트래픽을 올릴 수 있으니 그런 업체를 소개해 달라(혹은 지원해 달라), 네이버 검색 제휴만 되면 트래픽과 광고 수익은 알아서 올라갈 것이다 등등 참으로 안타까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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